장자 읽기 (10) : [제물론 1장] 내가 나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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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3 2021 44 mins   1
{장자} [제물론] 편 1장 1.1.a.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책상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숨을 내쉬니, 마치 그 짝을 잃어버린 것처럼 응답하였다. 안성자유(顏成子游)가 그 앞에 모시고 서 있다가 말하길, “어찌 그러십니까? 형체는 굳어져 마른 나무처럼 하게 하실 수 있고, 마음은 굳어져 꺼진 재처럼 하게 하실 수 있습니까? 지금 책상에 기대고 있는 자가 예전에 책상에 기대고 있는 자가 아닙니다.” 1.1.b. 자기가 말하길, “언아,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그것을 묻는 것이냐! 지금 나는 자기를 잃어버렸는데, 네가 그것을 알겠느냐? 너는 사람의 퉁소소리는 들어봤어도, 아직 땅의 퉁소소리는 듣지 못하였고, 너는 땅의 퉁소소리는 들어봤어도, 아직 하늘의 퉁소소리는 듣지 못하였구나!” 1.2.a. 자유가 말하길, “감히 그 방법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2.b. 자기가 말하길, “무릇 큰 흙덩어리(대지)가 숨을 내뿜으니, 그것을 이름하여 바람이라 한다. 이것이 비록 일어남이 없다가도, 일어나면 온갖 구멍이 바람소리를 힘써 낸다. 너는 어찌 홀로 그 휭휭하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산 속 깊은 우거진 숲에,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에 구멍들이 뚫려 있는데, 코와 같고, 입과 같고, 귀와 같은, 들보 같고, 우리 같고, 절구 같은, 웅덩이 같은 것, 구덩이 같은 것들이 있다. ‘콸콸’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激/격), ‘쉬익’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는 소리(謞/학), ‘허허’ 혀를 차며 꾸짖는 소리(叱/질), ‘수읍’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吸/흡), ‘휴우’ 숨을 내뿜는 소리(叫/규), ‘엉엉’ 울부짖는 소리(譹/호), ‘웅웅’ 골짜기에 메아리치는 소리(宎/요), ‘지지배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咬/교)들이, 앞서서 노래 부르면, 뒤따라 노래 부르며 맞장구친다. 살랑대는 산들바람은 작게 어울리고, 나부끼는 회오리바람은 크게 어울리니, 사나운 바람이 그치면, 뭇 구멍들은 텅 비게 된다. 너는 어찌 홀로 펄럭거리고 살랑대는 흔들림을 보지 못하는가?” 1.3.a. 자유가 말하길, “땅의 퉁소소리란 뭇 구멍들의 소리일 따름이고, 사람의 퉁소소리란 대나무 피리의 소리일 따름이군요. 감히 하늘의 퉁소소리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3.b. 자기가 말하길, “무릇 불어내는 소리가 만 가지로 같지 않으니, 그 스스로 자기를 불어내게 하며, 다 그 스스로 맞아들이는 것이니, 힘쓰는 자가 그 누구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