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수와 허교수의  설 이야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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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4 2025

대만과 한국의 다양한 문화 이야기

-2025.02.04.

-진행: 백조미, 최세훈



-최교수와 허교수의  설 이야기 (2/2) + '하얼빈' 감상 후기-





신작 영화 소개: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



오늘은 여러분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하얼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24년 12월에 개봉된 이 영화는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현빈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달 만에 벌써 4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성공을 예견했는데요. 대만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우민호 감독은 그동안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같은 작품을 통해 권력과 인간의 욕망을 심도 있게 탐구해왔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신념과 희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하얼빈>은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가 어떤 고민과 고뇌 끝에 결단을 내렸는지, 또 동료 독립운동가들과 어떤 연대를 이루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배우 현빈은 안중근 의사의 깊은 신념과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단순히 연기의 기회로 보지 않고,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관객들에게 전하는 책임감 있는 역할로 여겼습니다. 현빈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통해 안중근 의사의 삶과 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우민호 감독과 배우 현빈 씨는 1월 중순에 직접 대만에 와서 시사회를 갖고 대만 팬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소감을 밝히고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죠. 저도 시사회에 참석했는데요. 현빈 씨는 정말 겸손하고 매너도 좋은 데다가 너무 잘생겨서 정말 눈이 부실 지경이더군요.



영화 ‘하얼빈’은 기존의 안중근 관련 작품들과도 차별화됩니다. 뮤지컬 <영웅>이나 과거의 전기 영화들이 안중근 의사를 영웅적이고 신화적인 인물로 그렸다면, 이 영화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에 더 집중합니다. 하얼빈의 거리를 재현한 웅장한 세트와 유럽 현지 촬영으로 사실감을 더했고, 독립운동가들의 고뇌와 희생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특히, 이 영화의 핵심은 독립운동은 한 개인의 결단과 희생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에 있습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를 통해 안중근 의사를 단순히 역사의 한 인물로 그리지 않고,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는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영화 <하얼빈>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이야기와 감동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디오 청취자 여러분, 대만에서는 이 영화가 1월 29일부터 극장에서 개봉됩니다.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극장을 찾아 고뇌하는 인간적 면모를 가진 안중근의 서사를 즐겨보세요. 감동과 여운에 흠뻑 취하실 겁니다.





한국과 타이완 설날 풍경: 가족, 전통, 그리고 명절의 놀이



설날은 한국과 타이완 모두에서 가장 큰 명절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해를 축복하는 중요한 날입니다. 하지만 각국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설날을 준비하고 보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두 나라의 설날 풍경을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1. 명절 준비: 한국의 장보기 vs 타이완의 年貨(녠훠)



한국에서는 설날 전날, 시장이나 마트에서 떡국 재료, 전(부침개), 한과 등을 사는 장보기로 명절 준비가 시작됩니다. 반면 타이완은 年貨(녠훠)라는 특별한 문화가 있어, 전통 시장에서 떡(年糕), 만두, 생선, 오렌지 같은 길운을 상징하는 물품들을 구매합니다. 한국이 조용히 장을 보는 느낌이라면, 타이완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年貨大街(녠훠 시장) 에서 물건을 사고 활기찬 명절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특히 타이베이에 있는 디화제(迪化街) 는 대만의 춘절 문화를 즐기고 싶은 관광객들이 꼭 가봐야 할 전통 시장입니다. 디화제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오래된 전통과 현대적인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에 있습니다. 디화제의 상인들은 춘절 기간 동안 유난히 친근하고 정겨운 태도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필요한 물건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시식을 권하며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2. 무엇을 입고 먹으며, 또 어떻게 축원할까?



한국 설날은 주로 가족이 모이는 실내 중심의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설빔(새 옷)을 입고 세배를 올리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또 가까운 친지나 혹은 존경하는 분들을 방문하여 좋은 술이나 선물세트를 드리죠.



반면 타이완은 春聯(춘롄)이라는 붉은 종이에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글귀를 적어 문과 벽에 붙이는 풍습이 있습니다. 특히 福(복) 자를 거꾸로 붙이는 재미있는 관습이 있어, "복이 도착하다(福到)"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한국이 단정하고 소박한 느낌이라면, 타이완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축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3. 제사와 명절 의례



한국에서는 설날 아침,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유교적 전통이 중심입니다.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이 함께 조상에 대한 예를 표하고 덕담을 나눕니다. 과거에는 사당패를 초빙하여 마을회관에서 사물놀이를 즐기고, 각 집을 방문하여 복을 빌며 시끌벅적하게 노는 행사들도 있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도교와 불교의 전통이 결합되어 사찰에서 祈福(치푸)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새해 첫날, 사찰에 가서 향을 피우고 복을 기원하며, 擲筊(즈쟈오)라는 의식을 통해 신의 응답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跋杯(바베이)라고 하는 두 개의 나무 조각을 던져, 신의 축복이나 지시를 확인하는 독특한 활동으로, 한국의 차례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집니다.



4. 음식과 세뱃돈: 떡국 vs 녠가오, 세배돈 vs 홍빠오



한국에서는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다양한 전과 잡채 등 명절 음식을 나눕니다. 세배 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은 아이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죠!



타이완에서는 온 가족이 둥글게 둘러 앉아 함께 음식을 먹는 圍爐(웨이루)를 합니다. 이때 年糕(녠가오)라는 떡을 먹으며,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로 생선 요리도 명절 상에 자주 오릅니다. 타이완 전역에서 長年菜(장녠차이)라는 채소를 먹으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합니다. 또한 대만에서는 세뱃돈의 개념으로 紅包(홍빠오)라는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아이들에게 주는데, 봉투의 붉은 색이 행운을 상징합니다.



5. 놀이와 여가: 한국의 윷놀이 vs 타이완의 폭죽



한국은 설날에 가족이 모여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같은 전통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투를 하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화투를 일본놀이라고 꺼리는 분들도 계시는데 원래는 포르투갈의 놀이였고, 일본의 화투는 한국과는 진행방식이 다릅니다.



타이완에서는 폭죽(鞭炮)과 불꽃놀이로 명절을 축하합니다. 타이완의 밤하늘은 춘절 동안 폭죽 소리와 불빛으로 가득 차 활기 넘칩니다. 이 모습은 조용한 한국의 설날과는 대조적입니다.



결론: 비슷하면서도 다른 설날



한국과 타이완의 설날은 가족 중심으로 조상을 기리고 복을 기원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설날이 유교적 전통에 기초하여 차례를 지내는 등 다소 엄숙하고 정갈한 분위기라면, 타이완에서는 도교와 불교적 의식, 활기찬 시장과 폭죽, 화려한 장식으로 축제적인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한국에서는 떡국과 세배, 윷놀이로 명절을 기념하고, 타이완에서는 녠훠와 춘롄, 사찰에서의 치푸와 즈쟈오를 통해 새해를 맞이합니다. 두 나라의 설날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명절의 모습으로 무척 흥미로운 명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