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믿되, 스님은 못 믿겠습니다.”


Apr 14 2016 14 mins  
지난 4월 3일 부천 석왕사에서 봉행된 세월호희생자를 위한 천도재에서 만난 故 신호성학생의 어머니 정부자씨는 불자다. 매달 법회를 챙기지는 못하지만, 여느 보살님들처럼 중요한 기념일 만큼은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평범한 불자였다. 스님 말씀을 부처님의 법이라고 굳게 믿었고,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불공을 지극정성으로 드렸다. 그러나 2년전 아들 호성이를 잃고 난 후 그녀의 믿음에는 커다란 금이 그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부처님이 다 해 주실 줄 알았어요. 열심히 살면 부처님이 내 자식은 보호해주고 위험에 처했을 때는 지켜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가고 나서는 부처님을 찾지 않게 되었어요."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와 불신을 남긴 것은 아들을 지켜주지도 못하는 부처님에 대한 원망이 아니다. "스님이 한 분 찾아오셨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스님이 그러시더라고요.‘사람은 한번 태어났다 가는 것이다’라고. 그래서 ‘스님, 우리 아이들이 한번 태어나서 참사로 가는 아이들인가요? 그렇게 가려고 태어난 아이들인가요? 그것도 팔자로 받아들여야 되나요?’하고 스님한테 죄송한데 막 쏘아붙였어요."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라고만 위로하는 스님들과 진실규명활동에는 소극적인 불교계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그런 말과 모습은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호성이 어머니는 스님은 못 믿겠다고 했으면서도 그 스님들께 간절하게 호소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스님들. 우리 대한민국의 진짜 아이를 위해서 엄마된 마음으로 절에 와서 불공드리는 마음으로, 앞으로 살아갈 이 시대를 이끌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진상규명을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살기 위해서 다시 한번 외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성이 어머니, 정부자 불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앞장 서는 스님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믿고 있다